인권 교육

[광주드림] 경찰의 성역할 고정관념

인권지기 옆사람 2016. 6. 7. 08:02

“남성은 불끈, 여성은 상냥?” 경찰의 고정관념?

김우리 uri@gjdream.com | 2016-06-03 18:38:37

동부경찰서 범죄신고안내…“성역할 구분 극대화 표상”
"경찰관도 불편해 해, 당장 철수" 요구도


광주 도심 한 경찰서 외벽에 내걸린 범죄신고 안내 현수막이 성역할 고정관념을 극대화해 보여주고 있어 논란이다.

광주 도심인 동부경찰서 건물 외벽에 범죄신고 번호를 안내하는 대형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문제는 이 현수막 속 등장하는 남녀 경찰관이 성차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데 있다.

건물 한 쪽 벽면 전체를 뒤덮고 있는 현수막은 위와 아래를 구분해 세로로 길게 프린트 됐다.

현수막 위쪽은 빨간색 배경으로 ‘긴급범죄신고’를 안내하면서 남성 경찰관을 등장시키고 있다. 큰 몸집의 남성 경찰관은 근육을 드러내며 힘을 과시한다.

반면 아래쪽에 위치한 ‘기타신고, 상담’ 안내에는 여성 경찰관이 미소 띤 얼굴로 경례 하는 포즈다. 앳돼 보이는 여성 경찰관은 위의 남성 경찰관의 체격에 비해 여리여리한 모습이다.

이렇듯 현수막 속 남녀의 이미지가 각각 ‘상·하’, ‘힘·순응’, ‘근육·감정’ 등의 상충되는 요소를 내포하면서 남녀 성역할을 구분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광주 여성민우회는 SNS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동부경찰서에 현수막 철수를 촉구한 상태다.

여성민우회 활동가는 “(현수막이)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너무나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상 속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접하면 고착화된 성역할을 강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남성, 여성 모두에게 해당된다.

여성민우회에 따르면, ‘힘’으로 대변되는 남성은 “거칠고 우락부락한” 이미지로, 웃고 있는 여성은 “감정적이고 수동적인” 이미지로 각인된다.

“이 현수막을 일선의 경찰관들에게 보여줬더니, 남성과 여성 모두 불편해 했다. 실제 힘만 쓰는 남성 경찰관과 상담만 하는 여성 경찰관은 없다는 것.”

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역할을 구분하는 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억압적인 구조를 만든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내려진 가부장적 요소가 이미지화 된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수막은 본청에서 하달돼 부착한 것이어서 쉽게 뗄 수 없다”면서 “본청에 관련 내용을 건의하는 보고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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